중장년 성공 취업,,,길은 있다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중장년 취업 시 알아야 할 것

평생 현역시대. 은퇴 이후에도 쉬지 않고 새로운 일을 찾아 일하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 말이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발표를 살펴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만3000명이 늘었다. 60세 이상 고용률도 상승했다. 중장년의 ‘일자리 찾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은퇴 후 새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의 진입 때문이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그렇다면 중장년은 성공적인 취업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임선화 소장을 통해 그 방법을 알아봤다.

1. 진짜 원하는 것이 뭘까? ‘나를 알아야’

일자리 지원 기관의 실무자들은 “상당수 구직자는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고, 하고 싶은 일의 분야를 명확히 말하는 구직자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 심지어는 “그냥 좋은 곳으로 하나 소개해 달라”며 떼를 쓰기도 한다.

물론 이런 태도가 일자리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임선화 소장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아무데나 괜찮은 자리로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자신의 직무 경력을 상세히 설명하고 지원 가능한 일자리를 소개받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물론 원하는 일자리의 이상향을 구체화하는 것도 좋다. 업무 분야나 지역, 근무시간 등도 미리 생각해야 구직에 유리하고, 원하는 급여 수준도 어느 정도 정해놓아야 한다. 생계유지에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면 봉사활동이나 재능기부 형태의 일자리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2. 취업시장에 경로우대는 없다. ‘나를 가꿔라’

“면접 보는 날 등산화에 등산복 차림으로 나타나시는 분도 적지 않아요.” 일자리 지원 기관 실무자들이 꼽는 가장 난감한 경우 중 대표적 사례다. 애써 면접까지 성사시켜놨더니 최소한의 예의나 태도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한다. 고용하려는 기업 입장에선 일에 대한 열망도 없고, 자칫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상만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구직 행위는 기업에 나를 선보이는 일이다. 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좋은 인상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다. 중장년 구직자 중 상당수가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러나 기업의 구직자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이 종이 몇 장에 의해 판가름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내가 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자신 없다면 관련 기관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전직지원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재취업 상담을 통해 작성을 도와주기도 하고, 구직서류클리닉에선 작성된 서류를 점검한 후 모의면접을 통해 면접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3. 나를 위한 ‘꿀’직장은 없다. ‘눈높이를 낮춰라’

중장년 구직자 선호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재취업 시장에서는 잘나가는 대기업 출신 퇴직자가 ‘기피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의외로 크다는 것이다. 의외다. 가장 체계적이고 선진화한 시스템의 첨병에 있던 인재라면 사람을 취업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가장 좋은 상품 아닐까? 하지만 전직장 보다 주먹구구식의 시스템에 불만만 쌓일 가능성이 높다. 

임 소장은 “대부분의 중장년은 재취업 시 이전 직장보다 규모가 작은 곳에 낮은 임금으로 취업한다”며 “취업의 기쁨도 잠시, 급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다 보면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고 기존 직원들과 갈등을 겪은 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 출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중장년을 받아주는 일자리는 대부분 척박하다. ‘왕년에’ 근무했던 일자리와도 대부분 거리가 멀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취업한 50세 이상 취업자 고용분야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농축산 숙련직이 차지했다.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직이 뒤를 이었다.  결국 50세 이상이 얻은 일자리가 흔히 말하는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눈높이를 낮춰 내게 맞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유리하다.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구직자 대상 교육 모습.

4. 퇴직 후는 늦다. ‘경력 관리는 미리 준비하라’

정년퇴직 후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 중 상당수는 자격증을 돌파구로 삼는다. 퇴직 후 자격증 획득, 그리고 취업의 순서를 꿈꾼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퇴직 후 준비는 늦는다”고 입을 모은다.

퇴직 후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한 구직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이력서를 받아보는 기업 입장에선 경력 공백이 길어진 이유를 의심하기 쉽다는 것. 또 자격증 취득 후 해당 분야로 취직이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준비기간은 말 그대로 허송세월이 될 뿐이다. 자격증이 들이대면 구직 문제가 술술 풀리는 ‘마패’ 같은 존재는 아니기 때문. 현장 전문가들이 “자격증 장사에 현혹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패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젊은이와는 처지가 다르다. 한 번 무너지면 일어서기 힘든 것이 중장년의 현실이다. 그래서 자격증 등 경력 관리는 퇴직 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임 소장은 조언한다.

임 소장은“퇴직 전 본인의 평판이나 경력, 인맥 등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애경력설계서비스 등을 통해 미리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하면서 “내가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의 전망 등 정보가 궁금하다면 중장년 취업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같은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5. 속단은 금물. ‘공공기관의 구직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라’

정부부처 산하의 기관이나 지차체 등에서 다양한 구직지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구인구직 정보에서부터 개인별 맞춤형 컨설팅까지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또 취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정보 획득을 위한 교육까지 제공한다.

구직 경험자들이 꼽는 공공기관 구직지원 서비스의 장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대부분 별도의 비용이 필요하지 않다. 한 푼도 아쉬운 구직자 입장에선 다행인 부분. 사설기관에선 교재나 경력설계, 자격증 취득 등을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별된 구직정보도 장점이다. 물론 공공기관 이라고 모든 일자리에 대한 검증을 진행하진 않지만, 문제가 될 만한 다단계 등 불량 기업은 어느 정도 선별된다. 임 소장은 “중장년 취업을 위해 기업 대상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고, 다양한 취업 사례도 축적해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기업 정보도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는 기관의 네트워킹에 있다. 중장년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관기관과 연계하여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형식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용해보기를 권한다.

미니 인터뷰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임선화 소장

“솔직해지는 것이 중장년 취업의 첫걸음”

인생 2모작을 넘어 3모작 시대. 이 시기를 준비하는 적기는 언제일까? 노사발전재단 경기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미리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40대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라 정작 자신에겐 신경 쓸 여유가 없지만, 왕성한 활동과 성과를 내는 시기인 만큼 경력관리에 적기이기도 하죠. 40대부터 준비해서 50대에는 경력을 확장하고 60대에는 경력을 후배들과 공유하는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임 소장은 구직활동에 뛰어들기 전에 마음가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실 기온은 생각보다 훨씬 차갑기 때문이다.

간혹 나에게 왜 이런 단순직 일자리를 추천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도 있어요. 출신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원하는 분야에 경쟁력 있는 업무 능력이 없으면 누구든 합격할 수 없어요.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이야기하는 이유죠. 과거에는 ‘안 되면 아파트 경비라도 하지’라는 말을 많이들 하셨지만 현실이 달라졌어요. 경비직도 관련 교육에 대한 사전 이수확인증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죠. 자비를 내고 경비 교육을 받아야 일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진입이 쉬운 일자리는 점차 사라지는 경향을 보여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이 형식적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실제로 교육 후 참가자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임 소장은 설명한다.

“내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직장을 구하는 분이 적지 않아요. 하지만 고용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인생 3모작이 왜 필요한지 듣고 나면 이해하게 되죠. 정말 필요한 도움을 받으시려면 나 스스로에게, 그리고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나에게 솔직해져야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을 알 수 있고, 상담사들에게 가감 없이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경력을 이야기해야 본인에게 정확히 맞는 일자리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죠. 조금 부끄럽고 용기가 나지 않더라도 솔직해지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